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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82. 05. 15
빳빳한 첫 월급봉투
명동 시장에 들러 부모님께 드릴 빨간 내복 두 벌을 샀던 날.
월급봉투의 촉감과 시장의 북적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.
집으로 돌아가는 길, 밤공기는 유난히 달콤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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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93. 08. 12
내 이름 석 자가 적힌 집
아내와 함께 밤잠을 설쳐가며 모은 돈으로 장만한 13평 남짓한 다세대 주택.
텅 빈 방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흘렸던 눈물은
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반짝이고 따뜻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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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5. 10. 20
딸아이의 결혼식
딸아이의 손을 잡고 걷던 그 짧은 행진로가 지난 세월처럼 느껴졌습니다.
대견함과 서운함이 교차하던 가을 오후,
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새로운 계절을 축복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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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8. 12. 28
30년 근속, 짐을 싸던 날
청춘을 바쳤던 직장에서 마지막 짐을 챙기던 늦은 오후.
후배들이 건넨 꽃다발 향기를 맡으며 창밖을 보니,
붉게 물든 노을이 제 인생의 2막을 조용히 응원해 주는 듯했습니다.